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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영화가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20여년전 IMF 금융구제를 받을때의 긴박한 상황을 그려낸 이야기로 관객들과 비평가들의 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에서는 '국가부도의 날은 팩트파산의 날'이라는 제목의 논설을 쓰기도했습니다. IMF 당시의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보이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였다. 심지어 CJ는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제작한 것이 아닌가라고요. 이 영화말고도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 중 사실 왜곡이 안된 영화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명량, 군함도, 암살, 밀정 등 당시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세밀한 것 까지 따져보면 100% 사실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극들이 마찬가지고요. 영화나 드라마의 한계입니다. 사실대로 진행되면 밋밋한 다큐멘터리가 될 뿐이고 극적인 요소를 넣기 위해서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허구적 사실을 가미하게 되죠. 개인적으로 영화는 영화일뿐 재미와 감동을 느끼면 되며 실제 사실을 알려면 다큐멘터리 등을 보거나 책을 보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IMF까지의 과정 그리고 국가부도의 날과 실제 팩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국가부도의날은 팩트파산의날 중앙일보 보기

 

국가 위기의 전조 - 기업 연쇄 부도

1997년 1월 한보그룹 부도

 

한보그룹 부도는 IMF를 더욱더 촉진 시킨 정경유착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한보그룹은 재계 14위 그룹이였는데 부도당시 부채가 5조 9천억원에 달했고 금융권의 여신은 4조 9천억원 정도(제일은행 1조 1천억, 산업은행 8천8백억 등)였습니다.

한보그룹 정태수 사장은 1993년부터 4년여동안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죠. 그리고 자금을 얻기위해 당시 김영상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을 포함 정계, 금융계에 로비를 하였으며 서로 유착하며 엄청난 비리가 행해졌습니다. 

 

한보사태의 부도는 당시 취약했던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는데 큰 도화선 역할을 하였습니다. 당시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보통 400%에 이르렀고 심각한 기업은 600%가 넘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도 GDP대비 5%나 이르렸죠. 투자 증가는 결국 수출을 증가시켜 적자를 상쇄시킬 것이라는 인식이 강할때였습니다. 그러나 한보부도로 제일 큰 투자자였던 제일은행은 1조 1천억을 빌려주고 못받는 사태가 발생하고 지급불능상태에 빠져버립니다. 당시 재무구조가 탄탄한 제일은행이었는데 한 기업의 부도로 이런 사태에 빠지게 된거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은행은 이러다 우리도 못받는거 아닌가하며 자금 회수에 나서게 되었고 부채비율이 높고 단기성 채무가 많던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을 합니다. 대출금의 지급도래일이 다가오고 기업이 갚을 능력이 안되면 채무 연장등을 하게되는데 은행들은 한보사태를 보고 연장을 안해주는거죠. 심미그룹, 진로그룹 등이 연쇄로 부도나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은행은 부도유예협약을 맺습니다.

 

부도유예협약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금융기관의 자금 회수 공세로 도산하게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도입되었습니다. 적용대상은 은행 여신(대출금+지급보증)이 2천5백억원 이상인 대기업으로 주거래은행이 협약 적용을 위해 채권단 회의 소집을 통보한 날로부터 2개월까지 해당기업의 어음이나 수표를 돌려도 부도처리되지 않는 것이지요. 적용대상기업은 2개월 채권상환 부담이 유예되므로 회생의 기회를 갖게됩니다.

 

1997년 7월 기아자동차 부도유예협약

 

가아자동차는 당시 재계 8위 기업으로 기아차의 총 차입금은 6조 6천억이며 자기자본의 2.5배에 달했습니다. 계열사는 28개까지 늘어나 있었죠. 하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고 결국 부도유예협약 대상이 됩니다. 삼성이 알력을 써서 자금지원을 중단하도록 한것도 한 이유가 되었죠.

주가는 폭락하여 500선이 붕괴되고, 외환보유고는 점점 떨어지고, 기업은 줄도산에 결국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죠.

 

IMF의 구제금융의 조건

보통 IMF 구제금융은 최후의 보루라고 합니다. IMF의 처분까지 가지 않도록 다른나라에서 통화를 빌리거나 국채를 발행해서 위기를 타개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여러나라와 통화스와프 체결로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있어요. 왜 IMF 구제금융을 피하려고 하는 거일까요? 타국가나 IMF나 같은 돈을 빌리는건데...

IMF 구제금융을 받게되면 조건이 붙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댓가로 IMF에서 제시하는 조건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하죠. 재정 긴축, 시장 개방, 민영화 등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IMF 처방을 받으면 경제정책의 주권이 없어집니다. 경제 신탁통치로까지 불리기도해요.

 

우리나라도 당시 IMF까지 가지 않으려고 백방의 노력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했고요. 영화상에서는 한시현(김혜수 역)이 국가 자산을 담보로한 자산담보부채권(ABS)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제시하지만 묵살당하죠. 실제로는 일본의 자금 지원에 희망을 걸었고 임창렬 부총리가 직접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일본은 그 해 단기차입금 220억달러 중 130억 달러를 회수하며 한국의 외환위기를 심화시켰죠. 하지만 협상은 결렬됩니다

 

한국은행 직원인 한시현은 또한 IMF에 자금지원을 요청받으면 경제주권을 빼앗기게 된다고 강력하게 반대하죠. 하지만 당시 한국은행 국제부장은 IMF를 통한 차입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12월 3일 IMF 구제금융을 통해 210억달러를 지원받습니다. 그 대가로 고강도 개혁을 요구받습니다.

 

 

긴축정책과 부실 금융기관 정리

 

사실 우리나라는 1996년에 237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GNP대비 4%)를 기록해 외채를 누적시켰고, 1년이내에 상환하여야 할 단기외채가 총외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풍전등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로 터져나온 것이죠. 국내 굴지 기업의 연쇄도산으로 금융기관들은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부실채권 부담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돈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된거죠. 그러면 차입한 외화를 돈이 없어서 값지 못하게 되었고 외화 부도상태에 직면하였죠. 이런 부실 금융기관들을 폐쇄요구를 하였으며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허용을 요구합니다. 9개 종금사가 영업정지되고 증권회사인 고려증권이 부도가 나게 됩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정책 

 

금융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크게 금융산업, 재벌체제, 노동시장에 대한 대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을 외국에 개방을 확대하며, 재벌체제를 낡은 시스템으로 규정하여 재벌해체가 화두가 됩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을 꾀하기 위해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가 도입되죠.

 

IMF 초기의 과도한 긴축으로 금리가 20%까지 육박했습니다. 금리가 높으면 대출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이 적어지게 되죠. 기업은 대출을 받아 신규투자 할 엄두를 못내게 되죠.  부자들은 입금하여 높은 이자를 받아먹고 서민들은 돈을 빌리더라도 이자값에 허리가 휠 지경이 됩니다. IMF의 재정긴축과 고금리 정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내었다고 IMF 보고서에서 인정하기도 해습니다.

 

위기가 아니다?

당시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삼척동자도 경제 위기란 것을 알 1997년 9월 국내 굴지의 언론사가 내놓은 기사입니다. 당시 조중동은 친정권적인 성향으로 YS편을 들었고 1997년 12월 대선때에도 이회창이 당선되도록 언론플레이를 하죠. 그런데 이 중앙일보에서 국가 부도의 날의 영화 왜곡을 문재인 정권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글을 보면서 과연 그쪽은 지금껏 팩트 왜곡없는 기사를 쓰며 여기까지 왔는가라고 묻고싶어집니다.